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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후, 심근경색 위험 4배↑… 호흡기 1차 저지선 '코'를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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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유행하는 독감(influenza)을 흔히 '독한 감기'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단순 호흡기 증상에 그치지 않고,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고혈압, 심부전 등 기저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군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으로 촉발된 전신 염증 반응이 치명적 합병증의 방아쇠(trigger)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는 초기 단계부터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흉부외과 전문의 김우중 원장(원더풀의원)과 함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심혈관계에 미치는 구체적인 기전을 짚어보고, 주요 감염 경로인 '코'를 중심으로 한 예방 전략과 생활 수칙을 살펴본다.

독감·코로나19 등, 단순 호흡기 감염 넘어 '혈관 염증' 유발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감염과 심혈관 사건 간의 연관성은 최근 연구에서 계속 확인되고 있다. 2025년 10월 미국심장협회저널(jaha) 연구에 따르면, 독감 감염 후 1개월 이내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은 약 4배, 뇌졸중 위험은 약 5배까지 높아졌다. 같은 연구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후 14주 이내 심장마비를 겪을 가능성이 약 3.3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학협회지(jama) 연구에서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로 입원한 성인 환자의 10.9%가 입원 중 부정맥이나 심부전 등 급성 심혈관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호흡기 감염이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은 바이러스가 호흡기에서 국소적으로 머무르지 않고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확산되며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감염의 출발점 '코'… 염증 반응, 혈관 타고 전신 확산

호흡기 바이러스는 주로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을 통해 타인의 호흡기로 유입된다. 이때 바이러스는 1차 방어선인 비강 점막(nasal mucosa)에 먼저 접촉하며 감염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바이러스가 이 방어선을 뚫고 세포 내에서 증식하면, 인체는 '사이토카인(cytokine)' 등 염증성 물질을 분비하며 면역 반응을 개시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면역매개물질들이다. 김우중 원장은 "인플루엔자 감염 시 발생하는 전신 면역 반응은 여러 면역매개물질을 유발하며, 이들이 혈관 내피세포를 활성화해 혈소판과 백혈구의 부착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혈전 형성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활성화된 체내 혈액 응고 시스템과 염증 물질은 기존 심혈관 질환자의 죽상경화반(동맥경화반)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파열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감염으로 인한 발열, 통증, 탈수 등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심장과 혈관에 추가적인 부담을 가중시킨다.

김 원장은 "평소 동맥경화가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파열될 죽상경화반이 없으므로 혈전 위험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드물게 바이러스가 심장 근육 자체를 감염시키는 감염성 심근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바이러스 '부착·침투' 동시 차단... '코 점막' 방어 전략 주목
이처럼 바이러스 감염이 전신 염증 및 심혈관 부담으로 이어지는 기전을 고려하면, 감염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예방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바이러스의 주요 침입 경로이자 1차 방어선인 '코'를 중심으로 한 2단계 방어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1단계는 바이러스가 비강 내 세포에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잔토모나스 발효 추출물(xanthomonas ferment extract)' 같은 성분이 코 점막 표면에 보호 장벽을 형성해, 바이러스의 세포 부착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2단계는 1차 방어막을 돌파한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되어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카모스타트(camostat)' 성분이 대표적이다. 이 성분은 바이러스가 세포 침투 시 이용하는 특정 단백질(tmprss2)의 작용을 억제해 감염 성립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두 성분을 병용할 경우, 비강 내에서 바이러스의 부착과 침투를 동시에 차단해 감염 예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바이러스 학술지(viruses)'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두 성분 병용 시 더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 한편, 시중에는 이러한 원리를 적용한 비강 스프레이 제품도 출시되어 있으며, 외출 전 코에 간편히 분사함으로써 점막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신 접종 및 기본 위생 수칙 준수해야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유발하는 전신 염증 반응과 심혈관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호흡기 점막을 보호하는 전략과 함께 매년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씻기, 마스크 착용, 주기적인 환기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꾸준히 실천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김우중 원장은 "최근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서,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호흡기 점막이 약해질 수 있다"며 "외출할 때는 옷을 따뜻하게 입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실내외 온도 차를 5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호흡기 감염 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므로 감염병 예방 수칙을 더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다.